직지폰트
이노을 디자이너의 새로운 한글서체 #네오 #휴머니스트 #반부리 <기파란>



2022.6.24.




20년도 8월 제네바와 서울 한글과 라틴을 오가며 서체 <아르바나>와 <아리온>등 개성 있는

서체를 탄생시킨 이노을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특별한 한글 서체로 돌아오셨단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인터뷰했습니다. :) 

-

민부리체에 부드러운 디테일이 더해진 네오 휴머니스트 반부리체 <기파란체>의 이야기와

라틴문자, 해외에서 활동하는 서체 디자이너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 이후 다시 인사드리네요! 지난 인터뷰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타입 디자인을 하고 있는 이노을입니다. 현재 파트너 로리스 올리비에(Loris Olivier)와 함께 타입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 lo-ol typ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글 서체 <기파란체> 를 출시하셨어요. 기파란체는 어떤 서체인가요?

‘기파란’은 민부리체에 부드러운 디테일이 더해진 네오 휴머니스트 반부리체입니다. 민부리계열과 부리 계열의 느낌이 미묘하게 잘 섞인 서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꾸밈이 없는 민부리의 구조 안에서 자연스러운 부리와 디테일이 더해진다면 온화한 표정 속 단호한 카리스마를 지닌 글자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파란은 신라시대 화랑의 이름 ‘기파랑’에서 따온 것으로, 살짝 넓은 너비의 수직·수평의 민부리형 구조는 젊은 무사의 기개를, 부리의 디테일과 중간중간의 부드러운 휴머니스트적 터치는 화랑의 인품을 표현해 보고자 했습니다. 기파란 글꼴 가족은 총 9종(Thin, ExtraLight, Light, Regular, Medium, SemiBold, Bold, ExtraBold, Black)의 굵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파란 가변 글꼴(축: 굵기)도 별도로 제작해 사용범위를 확장했습니다.



<기파란체>는 민부리체에 부드러운 디테일이 더해진 네오 휴머니스트 반부리체라고 하셨는데 민부리계열과 부리 계열의 느낌이 미묘하게 잘 섞인 서체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르바나를 제작했을 당시 “아르바나 산스도 나오나요?”라는 질문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르바나 산스를 만들 계획은 아예 없었지만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르바나를 민부리 형태로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그렇다면 휴머니스트 계열의 민부리 형태를 구상해야 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전형적인 민부리 서체를 만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게 반부리 형태입니다. 꾸밈이 없는 민부리의 구조 안에서 자연스러운 부리와 디테일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로 서체 ‘기파란’이 탄생했습니다.



<기파란체>의 키 비주얼과 홍보영상도 인상 깊었습니다. 키 비주얼을 제작하실 때 기획이 궁금합니다!

서체를 출시할 때 비주얼의 경우 3D 그래픽 및 모션 그래픽 부분은 로리스 올리비에가 담당합니다. 저희는 비비드한 남색과 핑크색 이 두 색상을 스튜디오의 브랜드 컬러로 두고 있으며 비디오는 대체로 이 두 가지 색상과 흑백 칼라만을 이용해 구성합니다. 3D 그래픽 및 모션 그래픽의 경우는 대체로 블랜더와 에프터 이펙트를 이용해 제작합니다. 기본적인 2D 그래픽의 경우는 제가 담당하는데, 대체로 글자를 크기별로 잘 보여줄 수 있을 만한 비주얼 이미지를 제작합니다. 저의 경우 다른 비주얼보다도 서체 자체가 온전히 잘 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큰 기교 없이 대체로 단순한 홍보 이미지를 제작합니다.



오랜만에 한글 서체를 출시하셨는데, 힘들었던 점이나 즐거웠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처음으로 9종의 한글 서체 패밀리를 출시하는 거라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민부리 계열(반부리서체지만 골격은 민부리)의 경우, 부리형 서체와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디자인해야 했기에 아르바나를 제작했을 때와는 또 다른 부분에서 힘겨움을 느꼇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서체 마스터링 부분입니다. 한글 가변 글꼴의 경우 현재 몇몇 프로그램(e.g. 인디자인 한글판)에서는 아직 작동이 안 되는 특정 기능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엔지니어분들과 여러 시도를 했으나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라 쉽게 해결되지 못해 매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서체 출시날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오랫만에 두 번째 한글 서체를 출시하게 되어 기분이 새롭습니다. 한글과 라틴 둘 다 많이 신경 썼습니다. 특히 기파란은 화살표 글립스 세트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꼭 사용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파란체>의 구입 루트는 어떻게 될까요?

lo-ol type 스토어 (https://www.lo-ol.design)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곧 Ag 타이포그래피 연구소 작가 스토어(https://agfont.com/)에도 입점될 예정입니다.



디자이너님은 이번 한글 서체 출시 이전에 계속 라틴 서체 작업도 하셨는데요. 한글 서체 작업과 라틴 서체 작업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두 분야 모두를 잘 할 수 있는 비결도 궁금합니다 :)

저는 서체 디자인을 라틴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실 한글 서체를 작업할 때 라틴 서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르바나, 기파란도 그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라티나이즈(Latinized)한 걸까 싶다가도 이젠 그냥 이게 내 스타일이구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영감을 받든 한글 자체가 지니는 기본적인 골격과 인상을 벗어나지 말자는 기준을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라틴의 경우, 대체로 기본적인 구조에 충실하되 인상적인 형태를 중간중간 이입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한글도 마찬가지지만 라틴의 경우도 스타일에 따라 형태가 분류되듯이, 대체로 기본적인 한 가지 스타일을 정하면 그 안에 또 다른 스타일을 섞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lo-ol type의 서체 Ortank(오흐탕크)의 경우, 고전적인 지오메트릭 그로테스크의 형상안에 디지털적인 느낌을 이입시켰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글 작업은 많이 미흡합니다. 약간 어색하지만 계속 보면 괜찮아 보이는(?) 한글 서체를 만들기를 계속 희망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볼수록 매력 있는 서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




모국어를 디자인하지 않는 이상 어색해 보일 수 있을 텐데, 라틴을 작업하며 고충이 있거나 라틴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것일지? 또 한글 디자이너들이 라틴을 디자인하면서 이런 점을 잘 활용하거나 참고하면 좋겠다 하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는 한글과 영어 두 가지를 많이 써와서 글자 자체는 친숙합니다. 그러나 글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올때 어느 정도의 너비가 올바른 너비인지, 어느 정도의 각도가 읽기 좋은 각도인지 등을 판단하기가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외국어를 공부하며 배우듯이 서체 디자인도 학습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그리고 관찰해오면 어느 순간에는 특유의 감이 생깁니다. 그 감이 생기면서부터는 자기만의 기준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그 기준에 맞춰서 디자인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라틴 디자인을 할 때에는 타서체들을 많이 참고합니다. 예를 들면, 정말 기본적인 본문형 서체를 만들 때, 대표적인 본문형 서체들이나 최근에 나온 본문형 서체들의 예시들을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의 비율이 내 작업에서는 가장 알맞을 지를 판단합니다. 해서 한글디자이너들이 라틴디자인을 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종류의 기존 서체들을 계속 보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왕도는 없지만 기준은 있습니다.




글자를 제작할 때 주로 타 스크립트 형태를 관찰하거나 라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권 문자, 한자와 일본어권의 디자이너 작업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요즘 눈여겨보는 디자이너가 있으실까요? 혹은 새롭게 영감을 받는 무언가가 생기셨을까요?

이전에 트위터에서 ARTAKANA라는 계정의 디자이너님의 포스팅을 즐겨보았습니다. 일본 서체 디자이너(혹은 레터링 아티스트)이신 분인데 매번 올라오는 작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Celestial phineas라는 중국 디자이너분 계정의 포스팅도 간간이 즐겨 보고 있습니다.




좋은 폰트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의도한 방향대로 잘 나온 서체, 사용자의 입장에는 눈에 거슬리는 문제없이 잘 표현되는 서체



지난 인터뷰에서 말씀하시길,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서구권의 제한된 시야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씀하셨는데요. 2년 후인 지금은 어떨까요? 또 해외에서 활동하는 서체 디자이너의 즐거운 점과 어려운 점이 궁금합니다!

예전보다는 좀 달라졌습니다. 현재 많은 라틴 파운더리들이 주요 서체들을 키릴, 아라빅, 인딕 스크립트 버전으로 확장 개발해서 판매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CJK까지 확장한 경우도 있구요. 그러나 CJK쪽에 대한 처우는 아직 좀 더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타입 디자인 분야는 굉장히 좁은 커뮤니티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도나도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작 관문 자체는 굉장히 닫혀있습니다. 그래서 이 좁은 분야 안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아시아인으로서 좁은 커뮤니티에서 입지를 다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를 느낍니다. 해외에 있으면 장점은 라틴 서체에 관련한 레퍼런스들을 찾기 용이합니다. 또한 서체 관련 행사가 보통 유럽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방문하기 좀 더 수월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온라인화 되면서 사실 큰 장점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멀티스크립트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정말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앞으로 한글 서체디자이너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보다 더 넓어지리라는 작은 희망을 아직 품고 있습니다.



스튜디오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그때 당시 두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 진행 중인 작업들 또는 완성된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아카이브 해서 보여주는, 프로토타이핑 사이트를 준비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정말 다양한 작업을 담고 있는 멋진 웹사이트가 탄생했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준비하고 계신 일이나 스튜디오로서의 목표가 있을까요?

2020년 당시에는 프로토타이핑 사이트를 먼저 선 오픈했다가 2021년 10월 비로소 완성된 스토어가 오픈했습니다. 웹사이트 제작에는 진짜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도 천천히 수정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lo-ol type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아직은 신생 파운더리라 입소문(?)을 조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희 파운더리는 라틴과 한글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서체 라이브러리를 좀 더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먼저 1~2년 안에 아르바나 서체패밀리를 완성해서 lo-ol 라이브러리로 가져오는 것, 그리고 세 번째 한글 서체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라틴 라이브러리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워크샵을 비롯해 작은 이벤트들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연결점을 찾아 맞춤형 서체 작업도 희망하고 있습니다.(연락 주세요!)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주로 받으시나요?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이 뭉게뭉게 한 영감이라면, 그것을 토대로 한 상호 피드백 과정은 단단해져가는 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의 영감을 내보여주고 그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프로젝트와 동기화가 되고, 집요한 반복을 통해 최종적으로 ‘실체'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어떤 공간인지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결국, 영감 그 자체보다 영감의 밭을 만드는 데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엔 이노을 디자이너의 방향과 목표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lo-ol type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언젠가 한국에서 글자에 관심 있는 분들과 교류하는 오픈 커뮤니티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이제 막 서체 디자인을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습관이 있을까요?

- 무엇보다도 서체 디자인은 관심이 일 번입니다. 지금 현재, 서체 디자인 분야에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행사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최근에 이슈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항상 귀 기울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서체 디자인은 교육과정에서나 워크숍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독학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직접 그려보면서 내게 어떤 스타일이 맞겠구나를 재빨리 인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이 부분은 제가 부족한 부분이라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디자인 바깥의 풍경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디자인 자체도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우시는 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

서체 디자이너들은 항상 사용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관심과 지원을 동력으로 꾸준히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lo-ol type의 서체들을 많이 사용해 주시고 앞으로 나올 서체들도 기대해 주세요!





이노을 디자이너의 작업과 소식을 만나보세요.

👉🏻홈페이지 : lo-ol.design

👉🏻인스타그램 : @noheul_and_type

👉🏻[폰트이야기]서체 <아르바나>와 <아리온>, 이노을 디자이너













목록

경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