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폰트
[폰트이야기]서체 <아르바나>와 <아리온>, 이노을 디자이너


2020.8.12.




"서체디자인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여러 글자들이 더해져 한 벌의 서체를 이루고,

그 한벌의 서체가 한 공간안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때 '이 맛에 서체디자인을 하는구나!'를 느낍니다."


제네바와 서울, 한글과 라틴 사이를 오가며, 서체 <아르바나>와 <아리온> 등 개성있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

이노을디자이너와 타입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노을 디자이너의 서체 제작과정 모습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글과 라틴 파트를 중심으로 서체디자인을 하고 있는 이노을이라고 합니다. 국민대학교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전공을 졸업후 편집위주의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서체분야에 깊은 관심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2017년에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예술학교(KABK)의 타입미디어(TypeMedia) 석사 프로그램에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서체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서체(미출시&출시 포함)로는 아리온(Areon), 아르바나(Arvana), 그리고 로리스 올리비에와 함께 작업한 맥퀸(McQueen)등이 있습니다.



작년 말, 방일영재단 한글글꼴지원사업을 통해 ‘아르바나’ 를 출시했습니다. 아르바나는 어떤 서체이고, 어떻게 기획된 것인지 소개해 주세요.

‘아르바나’는 납작펜과 스카펠 나이프의 특성이 담긴,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휴머니스트 스타일의 바이 스크립트 글꼴입니다. 아르바나는 한글 부리 글꼴 디자인을 붓이 아닌 서양의 쓰기 도구들로 써본 형태를 상상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필획의 섬세함을 유지하는 선에서 날카로운 형태를 부드럽게 나타내고자 했고, 디자이너의 손글씨 느낌을 일부 자소에 반영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받침 니은과 리을에 있는 약간의 굴곡은 캘리그라픽 흘림의 형태를 차용함과 동시에 작업자의 이름에 들어간 자음을 강조하여 본문에 개성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아르바나가 초기 단계이었을때 제 6회 방일영재단 글꼴창작지원공모에 선정되었고, 3년 조금 넘는 기간을 거쳐 작년 10월 퓨처폰트(futurefonts.xyz)를 통해 version0.1을 출시했습니다. 현재는 레귤러, 블랙이 포함된 version0.3까지 업데이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노을과 로리스 올리비에가 함께 만든 폰트 '아르바나'



한글글꼴지원사업을 통해 연구와 실험을 하며 만든 ‘아르바나’ 는 오랜 시간을 디자이너님과 함께했을 것 같아요. 제작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처음 서체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점이 2015년이었는데요, 당시 한국에서의 서체디자인 분야는 약간 제게 흑마술 같았습니다. 뭔가 아는 분들만 아는, 첫 시작에 발을 담그기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또한 뭔가 기존의 서체들과 다른 서체를 내가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아르바나 였습니다. 아르바나는 제가 처음 한글디자인에 입문하게 된 첫 서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서체 제작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2천 자가 넘는 글자를 혼자 터득해 제작하려다보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글꼴 제작을 위한 툴을 혼자서 공부해야하만 했고, 이리저리 한글 및 라틴 서체들을 관찰하면서 스스로만의 형태 기반을 다지면서 제작을 하다보니 너무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중인거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구요 :-)



아르바나 활용 사례





아르바나는 한글은 이노을, 라틴은 로리스올리비에가 맡아서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아르바나는 라틴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네이티브 라틴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차후 한글 작업만으로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동시에 '아르바나는 한글서체야!'라는 느낌보다는 '라틴도 괜찮은 서체야!'라는 진정한 한글 라틴 멀티스크립트 인상을 확실하게 주고 싶었습니다.
협업은 너무 잘 통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전반적인 디렉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본인 스스로가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라틴 파트 디자이너에게 확실히 전달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쉽게 잘 풀리지 않아 협업자를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협업의 장점을 집어서 이야기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입장에서 저는 유독 디자인 스타일에 있어서 특유의 고집이 강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작업을 돌아보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럴 때 아예 다른 언어권의 디자이너가 주는 피드백이 의외로 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두 가지 다른 스크립트의 어울림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의외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점이 협업을 통한 멀티스크립트개발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르바나의 경우 결과적으론 만족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타 피드를 보면 다양한 필기구를 이용해 직접 글자를 써보는 실험이 많습니다. 노을님의 서체 제작 과정에서 스케치가 중요한 과정으로 보이는데, 직접 써보고 그리는 활동이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 주세요.

타입디자인에 입문하기 전 유독 라틴 서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틴 타입디자인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수 있었고, 그러던 와중 네덜란드의 서체 디자이너 이자 교육자인 헤리트 노르트지의 저서 획(The Stroke)를 읽게 되었고 그의 글자 획에 대한 이론과 작업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입미디어에서의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타입미디어에서의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대체로 쓰기 도구를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기 도구에 따른 획의 운용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한글, 라틴 캘리그라피 둘 다 굉장히 못합니다. 멋진 캘리그라피 및 레터링 작업은 잘 못하지만 도구가 지니는 특성, 쓰기에서 가져오는 특징을 파악해 디지털 타입작업에 적절히 응용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낍니다. 다양한 필기도구를 가지고 하는 스케치를 통해 서체작업에 필요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가져옵니다.



아르바나 제작과정 스케치




두 분이 계속해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lo-ol type foundry> 를 소개해 주세요.

저와 스위스 디자이너인 로리스 올리비에(Loris Olivier)가 같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겸 듀오 명입니다. 현재 웹사이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lo-ol type foundry의 웹사이트는 타 서체 회사들처럼 서체를 판매하는 스토어는 아니고 두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들, 진행 중인 작업들, 또는 완성된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아카이브 해서 보여주는, 프로토타이핑 사이트(Prototyping site)가 될 예정입니다. 현재 목표는 프로토타이핑 사이트를 통해 타 회사들로부터의 서체 입점 제안 및 판매 제안, 클라이언트을 위한 커스텀 글꼴 제작, 멀티스크립트 글꼴 제작 협업 등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타입미디어 졸업작품 ‘아리온’은 2019년 모리사와 어워드 라틴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리온’은 어떤 서체인지 알려주세요.

'아리온'은 한글과 라틴, 멀티스크립트 타이포그래피와 획의 평행이동 원리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획의 평행이동에서 의해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 대비 차가 거의 나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로획이 일반적인 글자들에 비해 두꺼워 보이는 형태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미묘한 굵기 차이 안에 작은 납작붓 형태의 캘리그라피 느낌을 담아 휴머니스틱한 인상을 구현하고 싶었으며, 얇은 굵기에서 두꺼운 굵기까지 다양한 자족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나아가 같은 인상의 한글 서체도 동시 제작하여 한글과 라틴 두 가지 버전을 서로 조화롭게 구성하고자 하였습니다. 단단하면서도 캘리그라피의 맛이 담겨 활기 넘치는 인상을 지닌 아리온은 로만, 이탈릭, 한글 총 세 가지 세트로 구성되며 라이트에서 엑스트라볼드까지 각 여섯 종의 글자 가족을 이룹니다.
아리온은 부리계열과 민부리계열의 형상이 적절하게 섞인 구조로 되어있으며 획에 특유의 디테일을 선명하게 남겨 필기체의 느낌이 두드러집니다. 아리온은 본문 텍스트를 위한 용도로 제작되었으나 표제까지 다양한 용도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아리온은 한글과 라틴을 같은 기준에 맞추어 라이트, 북, 레귤러, 미디움, 볼드, 그리고 엑스트라볼드로 구성하였습니다. 한글의 북은 한글의 본문용 텍스트의 두께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며, 라틴의 레귤러는 라틴의 본문용 텍스트의 두께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즉, 아리온은 한영 멀티스크립트 서체로써 한글과 라틴 각각의 고유 기준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동일한 무게감을 가져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구성하였습니다.



2019 모리사와공모전 금상을 수상한 '아리온'




‘아리온’ 은 현재 한글과 라틴이 모두 개발되었나요? 구입할 수 있는 루트도 궁금합니다.

아리온 라틴의 경우, 모리사와와 계약을 체결해 현재 제작 중에 있습니다. 아리온 라틴은 2021년에 모리사와를 통해 출시 예정입니다. 아리온 한글은 아직 미정입니다. 멀티스크립트로의 확장 버전으로 이야기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차후 한글도 포함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글꼬라지> 매거진 제작 등 글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타입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데요,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타입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이 질문을 보고 너무 놀랬습니다. 글꼬라지는 여러 디자이너 및 일러스트레이터, 편집자들과 같이 오래전에 했던 아마추어 동인지입니다. 당시 서체 제작에 처음 입문할때라 이러저러한 혼자만의 생각들을 필터링없이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서체는 그래픽디자이너에게 있어서 타이포그래피를 운용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래픽디자이너들은 어느 디자이너 및 회사가 어떤 서체를 만들었고, 어떤 서체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를 서체디자이너 못지않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체가 지닌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고 결국 서체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서체디자인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여러 글자들이 더해져 한 벌의 서체를 이루고, 그 한 벌의 서체가 한 공간 안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 '이 맛에 서체디자인을 하는구나!'를 느낍니다. 엔딩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고되지만 그 과정이 하나의 시나리오 같고, 그 시나리오를 디자이너가 써나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한다면 지속적인 원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노을 디자이너가 참여한 동인지 '글꼬라지'




아리온과 아르바나를 살펴보면 라틴알파벳과 한글, 멀티링구얼 환경을 고려한 폰트라는 것이 공통적으로 느껴집니다. 디자이너님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 또한 한국과 유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글자를 만들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고, 또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멀티스크립트 환경을 동등하게 고려한 서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한영 섞어짜기를 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서체 분야에서는 점점 다국어를 지원하는 서체를 개발하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제는 멀티스크립트용 서체를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 작업 자체에서 또 중점적으로 여기는 부분은 디자이너로써의 개성을 숨기지 말자는 것입니다. 저는 본문용, 제목용으로 확연하게 구분 지어서 서체를 제작하기보단 그 사이의 어떤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을 디자인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보통 본문용 서체 작업에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너무 주관적인 성향을 강조해서 넣지 않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저는 그 반대를 목표로 서체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매우 미려한, 어떤 장인의 솜씨가 담긴 서체는 아니더라도 스스로만의 스타일만을 잃지 말고 제한된 요건 안에서도 최대한 드러내는 것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글자를 만들 때 주로 타 스크립트를 형태를 관찰하고 바라보는 것에서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에는 라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권 문자, 한자와 일본어(히라가나, 가타카나)권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라틴이 아닌 한글을 지속적으로 만들수 있는 동력이나 동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체디자인분야는 기대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디자이너가 스스로 서기에는 매우 힘든 분야입니다. 우선 입문하기에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나긴 작업과정을 버틸만한 어느 정도의 금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는 초반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글글꼴지원사업과 모리사와 어워드를 통해 초반 지지기반을 닦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파트너도 디자이너라 작업 면에서 많은 조언을 받고 있어 여러모로 큰 동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글과 라틴, 두 가지를 다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만 현실에서는 그게 쉽지가 않네요. 한국에서는 사실 라틴 작업으로 조금 더 알려져 있다면, 해외에서는 저를 한글 디자이너로 봅니다. 해외에서 라틴문자권이 아닌 디자이너가 라틴 스크립트디자인으로 인지도를 얻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단순히 한글디자이너라고 인식하는 서구권의 제한된 시야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서 한글과 라틴 두 가지를 다 다루는 디자이너로 인식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노을디자이너의 라틴서체 디자인 작업들



취미활동이나 특별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는 것이 있다면?

콘솔 게임을 즐겨 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또는 닌텐도 스위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해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사 먹습니다.



향후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2020년 2월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Covid-19의 영향 때문에 현재 한국에 가기 어려운 상황인 게 너무 아쉽습니다. 차후 상황이 나아지면 빠르면 내년부터는 서울과 제네바 사이를 자주 왕래하면서 활동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서체디자이너로써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만간 나올 프로토타이핑 웹사이트를 작업 중에 있으며 이에 따른 반응과 미래의 프로젝트들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아리온 라틴 작업과 동시에 클라이언트 작업, 그리고 차후 진행할 신규 라틴 서체, 한글라틴 멀티스크립트 서체 아이디어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로리스, 그리고 두 명의 다른 디자이너와 함께 한글, 라틴, 한자를 포함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느리지만 끊김 없이 좋은 작업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노을 디자이너의 작업과 소식을 만나보세요.

👉🏻인스타그램 : @noheul_and_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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