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8.
[크리에이터를 만나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직지멤버십 회원의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개합니다.
"인쇄 매체 디자인에서의 컨디션처럼 디지털 매체 안에서의 컨디션을 인지하고
둘을 섞어서 재매개(remediation)하여 하나의 작업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 언어와 디지털 매체에서 배포되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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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웹 퍼블리셔로 잘 알려진 ‘빠른손 스튜디오’ 김도현 디자이너의 흥미로운 폰트 작업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튜디오 빠른손 로고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빠른손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인과 프론트엔드 개발 스튜디오인 ‘빠른손’을 운영하고 있는 김도현입니다. 2018년부터 시작하여 ‘빠른손’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입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책 디자인부터 웹사이트 디자인 웹 개발, 인스타그램 탬플릿까지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로 배포되는 모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Oblique Font'
'PIT(Pixel-Image-Typeface)'
'Scrollable Typeface'
인스타그램에서 ‘Oblique Font’, ‘PIT(Pixel-Image-Typeface)’, ’Scrollable Typeface’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흑과 백의 글자 디자인을 넘어서서 사용자와의 인터랙션까지 고려한 점이 놀라웠는데요,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PIT(Pixel-Image-Typeface)⟩는 ‘프로세싱’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처음 만들어본 작업으로, 한 장의 이미지 안에 있는 모든 픽셀의 색상값의 평균과 높고 낮은 정도, 이미지의 가로 세로 비율 등을 조건으로 프로그래밍하여 글자를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하나의 알파벳마다 9개의 점을 가지고 있고, 이미지의 가로세로 비율에 따라 점 사이 간격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모든 픽셀들의 색상값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하여 4가지의 스타일로 글자를 그려냅니다.
⟨Scrollable Typeface⟩는 익숙해진 디지털 매체의 사용 방식으로 인해 인지하지 못했던, 고정된 모니터 안에서 많은 내용을 보여 주기 위해 고안된 스크롤바의 단순한 사용을 넘어서서 디지털 매체의 가변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서체입니다. 사용자가 입력창에 글자를 타이핑하면 프로그래밍 해놓은 모습의 라틴 알파벳들이 등장하고, 그 글자는 스크롤바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언제든 스크롤이나 드래그 앤 드롭으로 글자를 바꿀 수 있습니다.
빠른손의 작업은 폰트를 그래픽이나 폰트 프로그램 내의 기술과 접목시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집니다. 각 프로젝트의 주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주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동대학원에 2020년 입학한 동시에 COVID-19 팬데믹이 시작하게 되며 디지털 매체와 우리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매체를 활용하여 창작하고, 매체를 사용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저조차도 다소 소극적으로 매체를 ‘바라 보고 있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일시적인 인터페이스나 매체 사용 방식, 혹은 인터페이스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활용하여 그래픽 디자인의 재료로 활용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남은 글의 양을 보여 주는 동시에, 주로 보기만 했던 인터페이스인 ‘스크롤’로 구성된 서체, ⟨Scrollable Typeface⟩를 제작했습니다.
'PIT' 서체견본집
‘폰트는 디자인의 재료로서 다른 디자이너들이 사용함으로서 완성된다’는 어느 디자이너의 말이 떠오릅니다. 빠른손의 영문 서체들이 만약 사용된다면 각각 어떤 매체에서, 어떤 용도로 활약하기를 기대하시나요?
⟨Oblique Font⟩는 지루하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상황이 목적일 때, ⟨Scrollable Typeface⟩는 웹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길이가 긴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서, ⟨PIT⟩는 기업을 대표하는 이미지나 디자이너의 작업들을 모아서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 후 이를 프로세싱으로 서체를 만들어 로고 타입이나 슬로건에 적용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니버설 타입페이스 키트'
몇 가지의 도형들로 규칙을 세워 영문 폰트를 만들 수 있는 ‘유니버설 타입페이스 키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기하학적으로 디자인된 한글이 떠올랐습니다. 영문 서체를 주로 제작하시는 것 같은데, 추후에 한글을 레터링하시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프로그래밍을 통해 폰트를 만드는 것은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폰트들을 제작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Klim Type Foundary' 인스타그램 캡쳐
좋아하는 해외 폰트 디자이너나 파운더리가 있으신가요?
'D-IDOL'
이번에 새로 기획하신 D-IDOL에 대해서도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들은 K-pop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현존하는 아이돌 산업의 문법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룹의 이름은 “Didot IDeOLogy”로 디도의 사상이라는 뜻과 함께 “Direction to Idea, Destiny, Obviousness and Love”의 앞글자를 따왔습니다. 또한 버벌 네이밍으로는 “The Idol”로도 불릴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이 찾던 바로 그 아이돌이다”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일상 사진을 담은 포토 카드와 함께 앨범마다 존재하는 콘셉트 포스터를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작했습니다. 또한 한국 아이돌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인 ‘세계관’을 형성하여 이들의 포부를 담은 세계관 영상 또한 볼 수 있습니다.
'D-IDOL'
D-IDOL은 컨셉 자체가 흥미로워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설명 중 D-IDOL은 디도(Didot)가 어떤 필터를 거쳐 현대의 이상화된 모습을 표현한 것이며, 또 이 필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도현 디자이너님은 폰트 개발 말고도 웹 개발, 그래픽 등 폭넓은 작업을 하시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디자인을 하시면서 좋은 점이나 애로사항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그러나 여러 분야를 넘나들게 되면 작업할 때의 모드 전환을 빨리 해야한다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디자인을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개발 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FTP 프로그램을 얼른 열어서 수정해야 하는 등의 급작스러운 사고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웹 언어를 통해 그래픽 디자인을 다룰 수 있다는 합집합적인 사고방식이 커리어의 강점’이라고 언급하셨는데, 혹시 웹 언어에 대한 이해가 그래픽 디자인이나 폰트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시나요? 또, 그런 사례가 있으실까요?
2021 파주 북소리 줄-넘기
'
Spring Show
Artwith 워크북
‘2021 파주 북소리 줄-넘기’나 ‘스프링 쇼’, ‘아트위드 워크북’, ’아파트먼트 기룬’ 등 작업에 타이포그래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신 작업들이 눈에 띕니다.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21 파주북소리 줄-넘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미지인 ‘줄넘기’의 획을 키비주얼 전면에 배치하여 제목과 포스터의 인상이 모두 잇고자 했습니다. 이에 글자를 배치할 때에도 선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미리 공간을 구획하고, 그 안에서 선을 다듬고 다듬으며 완성했습니다.
⟪스프링 쇼⟫의 키워드는 ‘로딩’이었습니다. 석사학위 청구전 이전에 진행하는 과제전과 같은 전시이다보니, 완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저와 동기인 문정주 디자이너 또한 웹 개발도 병행하고 있어서 더욱 로딩이라는 단어가 2021년의 ⟪스프링 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로딩에 들어가는 여러 시각적 기호들을 활용하여 글자를 그려내고, 배경에는 파이 차트가 계속해서 돌아가는 모습을 통해 로딩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아트위드 워크북⟩은 참여자 분들의 발전한 성과와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성장해나가는 키워드와 밝은 인상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이에 기존 아이덴티티 컬러인 4가지 밝은 색상을 활용하여 완벽하게 글자로 보이지는 않더라도,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 했습니다. 내지에서도 계속해서 상승하는 이미지로 계단 모양의 그래픽이 간지와 각 챕터의 마지막마다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BOOK"북엔드
웹 개발이나 그래픽 작업도 활발하게 하고 계시는데 개인 작업도 꾸준히 하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빠른손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이 풀리지 않을 때, 어떤 곳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이전부터 직지멤버십을 사용 중이신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혹시 직지소프트의 서체를 사용한 작업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도현 디자이너 석사논문
빠른손 디자이너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특히, 디자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또한 업무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만든 시안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를 설득하지 못하면 결국 채택되지 않는 시안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안을 설득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고, 더욱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 파일과 이를 설명할 때의 대본 속 단어들을 선택하는 것까지, 작은 것부터 큰 흐름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방식을 항상 신경쓰고 있습니다.
D-IDOL 기획 마지막에서는 ‘Direction to~’로 D-IDOL들이 사상과 운명, 명확성과 사랑을 향해 활동한다는 포부를 드러내셨습니다. 혹시 디자이너 김도현의 앞으로의 Direction은 어떤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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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손 스튜디오 홈페이지 : bbareun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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