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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를 만나다] 다양한 영역과 장르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티브 집단, '익선다다'


2021.11.26.




[크리에이터를 만나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직지멤버십 회원의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개합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분석해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언어, 몸짓, 표정이나 행동을 글자로 표현하는 것은 

성격을 표현하는 것 그 이상으로 감정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익선동을 부활시키며 주목을 받았던 도시재생 스타트업 익선다다와
전통과 역사가 있는 거리의 활성화를 위한 브랜드 기획, 그리고 그 안의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익선다다 로고



안녕하세요, 익선다다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익선다다는 2014년 서울 도심 속 아무도 찾지 않던 익선동을 부활시킨 도시재생 스타트업입니다. 현재는 매년 600만명 이상이 찾는 익선동의 최초 카페라고 할 수 있는 ‘익동다방’을 시작으로 열두달, 르블란서, 엉클비디오타운, 낙원장 등 10여 개 상가를 기획, 운영했습니다. 익선다다의 공동대표 박한아, 박지현 대표는 각자 도시공간기획자와 아트디렉터의 역할을 맡아서 박한아 대표가 도시공간기획자로서 장소를 관찰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면, 박지현 대표는 컨셉에 맞게 필요한 공간을 디자인합니다.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를 위해 다양한 영역과 장르에서 교차하고 결합하며, 개별화된 거리를 만들어나가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입니다.



익선다다 박한아, 박지현 대표

익선다다 홈페이지, SM견출명조 사용



익선다다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익선동, 소제동에서 다양하고 특색있는 공간들을 브랜딩하셨습니다. 새로운 컨셉의 공간들이 마치 그 곳에 필요했던 것 같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주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익선동과 마찬가지로 대전 소제동 역시 원래 노후되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았었던 공간이어서, 단순한 브랜드로서가 아니라 면 단위 안에서 거리가 활성화되는 것을 중점으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다음 단계로 그 거리에 대한 특성과 과거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등 땅이 가진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지역에 맞는 어떤 역할을 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상위 단계 카테고리를 선발하고 선발한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풀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자체가 독립적으로 발휘되기보다 공간들이나 거리 안에서의 역할들과 기능들을 고려하면서 만들게 된 방법으로,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콘셉트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채우고 있는 여러 브랜드들의 표정이 각각 달라서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데, 그 공간의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떠올리시나요?

각자 카테고리마다 받을 수 있는 영감이 다른데, 먹거리는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았던 경우가 많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어떠한 브랜드와 식재료를 많이 소비하는지를 판단하며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익선동의 르블란서, 동남아, 동북아 그리고 소제동에서는 슈니첼, 파운드 등 매장의 메뉴는 그동안 외국 식재료를 기반으로 했던 음식들에 대한 문턱이 너무 높아서 비싼 소비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익선다다만의 브랜드를 통해서 문화적 문턱을 낮춤으로써 저렴한 가격대에서 다양한 문화의 소비를 할 수 있게끔 풀어가는 것들이 각각 다른 부분으로 비춰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익선다다와 대중의 접점이 확대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양식 1920, 동북아 메뉴



‘동북아’, ‘태국수’, ‘낙원장’에 쓰인 것처럼, 익선다다의 브랜딩에는 다른 곳보다 특색있는 로고타입이 많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주시고, 독특한 레터링으로 기획하게 된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가로수길 같은 힙한 공간들은 친구들과 달리 부모님과는 같이 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 세대와 같이 가더라도 영어를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최대한 한글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의 특성상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와서 거리를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한글을 토대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긴 시간 고심해서 만든 캐릭터의 뉘앙스를 로고에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 독특한 레터링을 계속해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열두달'이라는 브랜드와 ‘익동다방’이라는 로고는 한글과 한옥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디귿이나 기역의 형태를 가지고 레터링으로 푼 것입니다. ‘낙원장’은 ‘도심 안에서의 지상 낙원이 있다면 어디일까’라는 컨셉이었는데, 복숭아향을 쫓아 갔었던 경로가 1층에서는 도화그루라는 식으로 표현되었고, 지상낙원에 대한 경로를 공간화시킨 것을 다시 레터링으로 만들었습니다.



(순서대로) 동북아, 태국수, 낙원장 로고타입 



익선다다에서 진행하는 레터링은 공간의 느낌을 담은 독특한 면이 많은 것 같아요. 공간의 느낌을 글자로 담아내는 익선다다만의 방법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이전 ‘낙원장’을 언급한 답변처럼 이야기를 가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들을 굉장히 깊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낙원장’도 낙원상가 옆에 있기도 했지만 ‘지상 낙원’과 서울 ‘사대문 안에 유일하게 남은 섬, 낙원장’이라는 슬로건을 담았습니다. 동시에 가상의 상황과 공간을 소재, 향기, 맛이나 빛에 대한 단계들을 취합하고 정돈하면서 그것을 공간이나 타입페이스로 만들며 앞에서 언급한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로 풀다 보니 조금은 다른 브랜드와의 독특한 차별점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낙원장 어플리케이션



그 중에서, 특히 ‘횃불’이나 ‘텍스트칼로리(txt.kcal)’ 에서는 공간 안에서 레터링이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창 안팎에서 글자가 크게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횃불’ 같은 경우는 이미 먹자골목 안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 불의 번짐이나 브랜드의 속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타이포그래픽이 조금 더 과감하게 드러났을 때 브랜드의 캐릭터를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텍스트 칼로리’ 같은 경우는 텍스트 자체에도 칼로리가 있어서 계속해서 지식이나 문화를 습득했을 때 살이 찌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고, 그 캐릭터의 네이밍을 설명해주기 위해 공간 안에 큰 레터링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텍스트가 설명이 되는 동시에 워딩 자체가 이미지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의 결과로 두 브랜드에서 레터링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더 크게 표현되었습니다.



횃불 내부 공간

텍스트칼로리(txt.kcal) 외부 공간



익선다다가 생각하는 브랜딩 안에서의 글자의 쓰임은 무엇입니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분석함으로써 그 캐릭터가 말하고자 하는 언어, 몸짓, 표정이나 행동을 글자로 표현하는 것은 성격을 표현하는 것 그 이상으로 감정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익선다다에서는 글자의 쓰임을 굉장히 정교하게 신경씁니다. 서두에 드러낼 이름, 그리고 본문에서 보여질 정적이고 차분한 말들을 폰트를 통해서 시각언어로서 전달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작업을 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트화된 작업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글이 영문보다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한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할 때 자간, 비례 그리고 높낮이를 조절하며 어떻게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풀어나갈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현재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불편하지 않은 워딩으로 읽히게 만들지를 신경쓰고 있습니다.



'바다분식' 디스플레이에 SM견출명조, '동북아' 메뉴판에 SM나루 등 SM폰트를 사용하신 작업이 많이 있습니다. SM폰트를 사용한 작업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동북아’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익선동의 ‘동북아’는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는데, 그 때는 중국 뒷골목에서 있는 무드를 연출하려고 했었고 그런 이야기를 기반으로 마라롱샤와 훠궈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세트처럼 판매하는 게 주목적이었습니다. 소제동에서 새로 오픈한 ‘동북아’ 같은 경우는 대만에서 즐기는 음식으로 이야기를 풀게 되었습니다. 익선동의 ‘동북아’와 소제동의 ‘동북아’는 같은 브랜드지만 지역이 다르기도 하고, 특성을 살리는 것에 있어서는 동일한 폰트 사용이 주 목적이 되지만 보여지는 사이즈의 방식이 달라지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어 SM폰트 위주로 사용하며 풀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SM견출명조는 너무 묵직하거나 너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좋았던 폰트입니다. SM나루 같은 경우는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는 부분을 정돈해 주는 느낌이어서 풀어가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바다분식 디스플레이, 2020, SM3견출명조 사용

동북아 메뉴판, 2020, SM3나루 사용

(위)익선동 동북아 로고타입, (아래)소제동 동북아 로고타입



익선동이나 소제동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되는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실 것 같아요. 혹시 브랜딩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첫 번째 호점을 오픈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소제동은 한 해 방문객이 300명도 되지 않았는데, 개발 후 1년 만에 60만 명이 다녀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오픈했을 때 파리 날릴 날들만 남았구나 라는 고민을 하던 찰나에 주변 공기관이나 소방서분들, 그리고 대전 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한두 명씩 찾아오시면서 자발적으로 마케팅을 해주셨고 입소문을 통해서 브랜드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시도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었고 성장 기점을 구상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는데 단기간에 사람들이 이런 동네가 생긴 것에 대해 놀라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콘텐츠를 대전에서도 소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이 기뻐하시기도 하고,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한두 달 지나고 나서 주방에서 같이 일을 하거나 홀에서 서빙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본인이 서울에서 온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했을 때는 되게 신기하고 기쁜 일 들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전이 서울역에서부터 부산역의 중간 지점인데 ‘성심당’이라는 제과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게 없어 ‘노잼 도시’라고 불릴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소제동이라는 역사적 가치가 존재하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관광특구로 성장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길 바랐었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이 소비를 하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점에서는 굉장히 놀랍고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익선동과 소제동 방문객 도표, SM견출명조 사용



익선다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 사업인 소제호 프로젝트로 2020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1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서비스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립니다! 혹시 다음 프로젝트 관련해서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데이터 기반으로 디자인의 설득력을 구축하는 것’ 입니다. 단순히 만들고 즐기기보다는 어떤 소비자가 찾아주고 있는가, 그 소비자는 어떤 행동을 통해서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가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타당성을 설득해야 더 단단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익선다다 트렌드랩의 역할 이외에 트렌드 데이터를 취합하거나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어떤 대중들을 만날 것인가, 어떤 문화적 요소의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인가라는 고민을 토대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혹시 익선다다가 콜라보레이션하고 싶은 브랜드나 더 확장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굉장히 원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익선다다 트렌드랩이 F&B 시장만 겨냥해서 풀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전반적인 주거공간이나 라이프 스타일 문화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이미지를 위트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F&B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 안에서의 브랜드 협업을 하는 것도 희망합니다. 2년 전에 ‘착한구두’라는 제화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했었고, 최근에는 ‘빅토리아 슈즈’라고 하는 제화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패션브랜드 업계 내에서도 충분히 브랜딩 구축을 희망하고 있는데, 그것을 익선다다만의 색으로 풀어갈 수 있다라는 것이 우리의 큰 장점입니다. 특정 업계에만 제한하지 않고 큰 카테고리 안에서의 협업도 확장해서 진행하고 싶습니다.



착한구두 외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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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선다다 홈페이지 : http://iksundad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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