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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이야기] 2021년 뉴트로 상품 속 타이포그래피


2021.5.4.


2021년,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향유하는 레트로 문화는 일상 깊이 들어와있다.

레트로 문화는 점점 확대/재생산되고 있어, 온 세상이 뉴트로(new-tro)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레트로, 뉴트로 문화를 감싸고 있는 디자인 속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살펴본다.




2010년대부터 이어져 온 레트로 문화가 특정 지역과 공간, 음악, 패션을 넘어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레트로토피아’는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운 세대의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 할 수 있다. 레트로 문화는 불투명하고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유희일 수도 있고, 전염병 창궐의 어두운 현실에서 낭만과 위로를 즐기려는 경향일 수 있다.


MZ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유통업계의 레트로 마케팅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트로 유행의 지속을, 3040세대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1020세대에게는 처음 보는 신상품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 때문이라고 꼽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생활이 이어지면서 작은 리빙 용품들과 인테리어 가구는 물론이고, 홈 카페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커피 머신 등 가전들도 레트로 디자인이다. 큼지막한 로고가 특징인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까지 레트로 바람이 여전하다.


테이블 웨어 코렐의 레트로한 미키 클래식 시리즈 (출처: corellebrands.co.kr)


레트로 풍의 로고와 컬러가 특징인 스매그 가전제품 (출처: smeg.com)



코로나 시대에 레트로 문화는 이제 생활 밀착 아이템에서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곰표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2018년부터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해 뉴트로 아이템을 기획했는데, 2021년 현재까지도 독특하면서도 아이덴티티를 살린 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MZ세대들이 구매력을 자랑하는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곰표 콜라보 제품을 볼 수 있다. ‘낯설지만 재밌는’ 아이템을 넘어 초록색 배경에 크게 쓰인 ’곰표’ 두 글자가 가진 브랜드 파워는, 주방에서만 종종 보는 밀가루 브랜드에서 다양한 소비자에게로 점점 커지고 있다. ‘곰표’ 로고는 네모틀 글자에 굵은 웨이트의 글꼴로, 제법 커다란 크기로 사용하고 있다. 레트로 열풍 속에서 전통적인 '곰표' 로고를 살려 MZ세대에게 새로움을 느끼도록 했다. 복고풍 이미지의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잘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곰표 브랜드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상품들 (출처: 대한제분)



‘곰표’의 뉴트로 마케팅이 성공하자 편의점 등 유통업계가 앞다투어 장수 브랜드와 협업한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말표 구두약은 편의점 CU와 손잡고 흑맥주와 초코빈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방전지의 로케트 브랜드는 MZ세대가 즐겨먹는 과자와 젤리 등 먹거리 제품을 출시했다. 오뚜기 순후추 브랜드는 편의점 이마트24와 콜라보하여 순후추라면 매운맛을 출시해 이색적인 맛과 레트로 감성을 선보였다. 편의점 GS25는 자사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예전 브랜드 네임인 금성(Gold Star)을 살려 맥주, 라면 등 다양한 이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 외에도 모나미 매직, 천마표 시멘트 등 다양한 장수 브랜드는 MZ세대의 즐거움과 재미를 잡기 위한 콜라보 상품들을 계속 쏟아냈다.




좌: 오뚜기×이마트24 콜라보 상품 순후추라면 매운맛(출처: 이마트24), 우: GS25 금성맥주(출처: GS25 인스타그램)


좌: 말표×CU 콜라보 상품 말표흑맥주(출처: CU), 우: 로케트 콜라보 상품(출처: 세방전지)



주부들과 중년을 타깃으로 하던 장수 브랜드들도 뉴트로 열풍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콜라보가 아니더라도 자체 브랜드의 히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아, 뉴트로 스타일로 리뉴얼 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커피믹스 브랜드 맥심은 과거 광고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이미지와 복고 디자인의 '한정판 보온병' 같은 굿즈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애경산업의 주방 세제 브랜드 트리오는 출시 55주년을 맞아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레트로 컨셉의 패키지로 리뉴얼 했다. 크린랲은 ‘크린랲 리턴즈’라는 슬로건과 함께 36주년 한정판 레트로 패키지를 제작했다.


맥심 레트로 에디숀 패키지(출처: 맥심)


좌: 크린랲 36주년 레트로 패키지(출처: 크린랲), 우: 트리오 레트로 패키지(출처: 애경산업)



장수 브랜드 콜라보 상품의 흥망은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갈렸지만, 이러한 상품군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 공통점이 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브랜드의 그 시절 그 감성을 가진 캐릭터, 로고, 컬러를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입히는 것이다. 캐릭터가 있는 브랜드라면 전면적으로 캐릭터를 활용한다. 컬러는 중년들에게도 익숙한 브랜드 메인 컬러, 원색 위주의 메인 컬러가 큰 면적을 차지하도록 한다.

타이포그래피에서도 수십 년 전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오래된 로고타입을 크게 사용한다. 대부분의 로고타입이 과거 타이틀용의 큰 사이즈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고딕 계열의 굵은 웨이트를 바탕으로 변화를 준 글꼴 형태가 많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조형이 아니어도, 어설픈 타이포그래피마저 그 시절 ‘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대로 보여준다. 비교적 최근 나온 폰트 중에서도 브랜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레트로 감성’이 있다면 함께 쓰이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뉴트로 상품들은 우리 시대의 큰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재 뉴트로 문화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다양한 세대들에게 추억, 혹은 새로움으로 위로와 재미를 주고 있다. 그에 따라 뉴트로 문화에서 보이는 타이포그래피도 과거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보여주고, 새로 출시되는 폰트와 레터링에도 영향을 준다. 앞으로 또 어느 시절의 과거가 우리와 우리 시대의 디자인, 타이포그래피에 어떤 새로움으로 다가올지 기대해본다.







폰트스토리 뉴트로 컨텐츠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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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직지소프트 기획팀
글.편집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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